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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속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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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경란 작성일13-06-20 13:55 조회2,6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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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검찰총장께 드리는 경고 2
남은 속여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1980. 11. 12. 생후 10개월이었던 제 자식은
뇌종양 수술을 받고 죽었습니다.
생후 보름만에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그리고 석 달 후에는 
뇌에도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두 번이나 청천벽력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그 후, 저는, 참으로 비겁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자식의 고통이나 외로움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사람이 악하고 독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추스를만한 그릇도 못됐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조차 담을 수 없는 그릇에,
어찌 자식의 고통을 담을 수 있었겠습니까!

병이 든 짐승처럼, 저 자신의 아픔만 포효하면서,
참으로 용렬하게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애정이라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못나빠진 이기심이 전부였습니다.
병든 이기심만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저는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고
자부(?)했었습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젖은 기저귀를 그냥 채워둔 적이 없었고,
저 혼자 두고 외출한 일도 없습니다.
구멍가게를 가도, 반드시 데리고 다녔습니다.
철저할 정도로 배려(?) 했기 때문에,
"나는 최선을 다 했다!"
라고, 우겨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양심가라고 자칭하는 분들....
침이 마르도록 자기가 자기를 칭찬하는 분들...
그런 분들한테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용렬하기 짝이 없던 저 자신의 모습입니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은,
저 자신을 쏙 빼 닮은 사람입니다.
못나빠진 저 자신의 모습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주는 것 없이 미워지는 것입니다.
노무현과 이인제는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노무현씨가 노무현씨 자신과 싸우는 것이고,
이인제씨는 이인제씨 자신과 싸우는 것입니다.
노무현 속에 이인제가 들어있고,
이인제 속에는 노무현이 들어있기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는 것입니다. 



생 후 10개월 된 자식이
뇌종양수술을 받고 죽었는데,
울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처럼,
발광을 하고, 몸부림을 치면서
울어 버릴 수만 있다면
속이 후련해 질 것 같은데,
울음이 나와 주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눈물 한 방울 흘려보지 못하고
자식을 보낸 어미가
그 다음에 착수(?)했던 일은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책임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떠넘기는 일이었습니다.

자식이 눈을 감기도 전에,
이혼부터 선언했었습니다.
"(동훈이만 죽고 나면,) 이혼하자!"라고.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어미가 이혼하고 싶으니,
빨리 죽어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런 짓을 해놓고,
어찌, 펑펑 울어 제칠 수가 있었겠습니까!

제가 제 잘못을 깨닫게 되기까지,
참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저는 제 잘못을 모르는 맹추에 불과했지만,
제 양심은 저의 잘못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로 다른 자아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충돌을 했으니,
제정신일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제 양심을 부인하는 짓을
조금만 더 계속했었다면,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고 말았을 것입니다.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이 끔찍해서
제가 제 양심에게 항복하고 만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저의 죄를 인정한 후에야
저는 제 정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비가 왔기 때문에
땅이 굳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지렁이가
저 잘났다고 뻐기면서 살고있을 것입니다.

이명재 검찰총장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최소한, 자기 자신의 모습은
알고 계시는 분인지를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양심이 분명히 살아있다면,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더러운 현실 속에서
결코 편안하게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런데, 두 개의 자아가 충돌하는 일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면서, 양심을 자랑하고 계십니다. 

이명재 검찰총장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스스로 양심을 자랑하는 분이십니까?
저에게는 자랑할 양심이 없기 때문에
노심초사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지랖 넓게 이것저것 참견하면서
기막힌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기 2002년 3월 29일
삼가 김경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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