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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제사 수강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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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변상섭 작성일13-06-27 11:19 조회2,4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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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사람 변상섭    보낸 날짜 2009년 12월 16일(수) 오후 04:34 

받는 사람 kjm@dongguk.ac.kr   

메일 제목  한국법제사 수강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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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교수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금년 2학기 한국법제사를 수강한, 법학과 4학년 변상섭 이라고 합니다.

동장군이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지 날씨가 제법 매섭습니다.

氣體候 一向 萬康하오신지요.

교수님께서는 젊은이들을 능가하는 뜨꺼운 열정과 패기로

추운 공기도 녹이시며,

別來無恙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수업이야기를 해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습니다.

1년을 휴학했다가 복학해서 그러기도 했고,

뭐랄까 조금은 특별한 교수님의 교수법에도 익숙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수강 정정기간에 고민도 했었더랬죠.

하지만,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고 점점 달라지는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노인의 넋두리' 정도로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교수님의 진심을 깨달으면서

'노학자의 젊은 학구열과 자부심, 그리고 탄식' 으로 바뀌어

들리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앞서 그렇게 들었던 제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교수님께서 매 수업시간 마다 강조하시던 '民爲天' 과 '愛民' 사상은

두고두고 제 가슴 속에 남을 것입니다.

머리에 든 기억은 잊을 수 있으나, 가슴에 묻은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하죠.

좀 나쁜 말로 해서,

일인 독재 국가로 생각했던 조선이,

사실은 백성을 우선시하고 사랑하는 임금이 통치하는

민주주의적 요소가 다분했다는 말씀을 들을 때는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불어, 삼복제도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엿볼수가 있었는데, 이는 TV 사극등에서 주로 묘사되는,

왕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 목숨을 종이 뒤집듯 버려버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최종 판단자가 萬人之上인 임금이었다니,

그저 허울좋은 제도는 아니었던듯 싶었습니다.

왕의 마음대로 다 되는게 아닌,

엄연히 국법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처리하는 모습......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영상 자료로도 보았던,

노비의 출산휴가에 대해서도 기가 막힐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천하게만 여겨졌던,

사람 대접도 못받는 줄 알았던 노와 비들도 출산휴가라는게 있었다니.....

더군다나 산모뿐만 아니라 그 남편까지도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니,

오히려 현대의 그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人命을 소중히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우리 법학계,

나아가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모습들에 대해서 통탄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것,

우리 전통을 무시하면서 어찌 발전할수가 있겠느냐.

우리의 것도 모르면서 어찌 외국의 것이 최고라고 치켜세우느냐.

왜 우리의 것을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느냐.....


아무도 봐주지 않는 단단한 어둠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길을 지켜오신 교수님은

지금  그 누구보다 매우 찬란하게 빛나십니다.

다른 이들처럼, 잔꾀를 부리지도 않고

가정에도 소홀히 하게되면서

피눈물을 흘리시며 목숨을 다해 우리의 옛 것에 대한

공부를 다 하신 교수님의 뜻을

이제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국립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교수 승진 및 재임용논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셨다는 것은,

이제 세상이 교수님의 업적을 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 해도 되겠습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고 동도서기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의 서양 선진국의 것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최고로 여기는 작태에서 벗어나,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만들며,

우리의 정신을 본질로 삼아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느낍니다.


졸업학기에, 참으로 잊을 수 없는 강의를 듣고 가게 되어 감개가 무량합니다.

아울러, 이제 퇴임이 얼마 안남으셨는데

교수님의 빈자리는 우리 동국법학에 있어서 매우 큰 자리가 날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교수님은 지금 이시간에도, 퇴임 후에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학구열과

우리 전통문화 알리기의 사명감으로 불철주야 하시겠지요.

저도 어디가서 교수님의 제자였다는 말을 할 수 있게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명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

고개 숙여 감사드리오며 경외를 표합니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어느 나라 못지않은

창의적이며 국제경쟁력을

갖게 하는 우수한 전통문화가 있습니다’

이 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교수님의  安寧을 빌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졸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16일에,

  제자 변상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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