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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번 학기 수업을 들은 김다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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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다현 작성일13-12-25 01:35 조회2,26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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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안녕하세요? 이번학기 한국 법제사 강의를 들은 법학과 2학년 김다현입니다. 방학과 동시에 시골에 다녀오다 보니 강의 소감이 많이 늦었네요.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늦어서 죄송합니다.


 ‘대체 왜 우리는 남의 나라 법제사만 배우고 우리나라 법제사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들어본 적이 없을까?’ 한국 법제사를 수강하게 된 이유는 저번 학기 서양 법제사를 듣고 이러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듯이 수업시간에 나오는 유명한 법학자들은 모두 독일 사람들이었고 우리 선조들의 이름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반만년

의 역사를 지닌 민족인데 오천년 동안 법이 없지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도대체 왜 그 분들의 성함을 수업시간에 들을 수 없는 건지 의아해졌고 그렇게 해서 한국 법제사 강의를 신청하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의욕과는 다르게 저는 수업 시작부터 우리나라의 법에 대한 굉장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라마만 보면 못된 관리 들이 백성을 수탈하고, 법은 지켜지지도 않는 나라, 임금

과 신하들은 당파싸움에 여념이 없는 나라, 신분의 차별이 분명해 노비는 사람으로도 보지 않는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 부끄럽지만 교수님의 강의를 듣기 전에는 조선시대까지 우리나라가 저렇

게 한심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제가 이제까지 우리나라 법에 대해 생각해 온 것이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일 감동받은 부분은 조선의 임금이 그 귀한 얼음을 죄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일화를 듣고 이제까지 제가 배워왔던 알아왔던 조선이란 나라의 이미지가 와장창 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라 안에서 제일 귀하고 높다는 임금이 천한 노비보다 어쩌면 더 천대받을 죄수들에게, 양반들에게도 잘 나누어주지 않는 얼음을 주었다는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왕자

이민위천’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이 단어가 이 일화를 듣고 난후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말만 민주주의지 정치를 하는 높은 분들이 얼마나 국민들을 생각하는지 솔직히 저는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아직 어리고 배운 것도 많지 않아 감히 남을 평가할 만한

주제가 되지 않지만, 제가 보기에도 오늘날의 정치인은 그 옛날 죄수들에게까지 얼음을 나누어주던 임금에 비해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정치도 법도

 아닌 ‘왕자이민위천’이라는 그 옛날 선조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조선시대 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여자라서 이 일화가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오고 슬슬 취직을 할 나이가 되어가

면서 제일 많이들은 말은 ‘넌 여자라서 직장 생활하는데 불이익을 받을 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왜냐고 반문하는 제게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여자는 애를 낳아야 하잖아? 근데 회사에서 출산 휴가를

낸다는 건 사직을 한다는 의미거든.’이었습니다. 그 대단하다는 삼성도 아이를 가진 여자 사원을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고 심지어 과도한 업무를 주어 낙태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

선시대에는 임신한 노비에게까지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등 총 80여일의 휴가를 주고 그 남편에게도 산후 15일의 휴가를 준다는 규정이 있었다고 하니 정말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출산휴가가 없지는 않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국가가 정말 저 출산 문제가 걱정이 된다면, 그리고 정말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조선시대의

이런 규정을 오늘날에도 적용시켜 우리 선조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감동받았던 것은 경국대전의 처벌규정 중 45퍼센트가 관리에 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부패가 심각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올해 여름에는 비리를 저지른 원전 공

무원 때문에 온 국민이 전력난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비리를 저질러 국민들을 고통에 빠트린 공무원은 우리 국민들이 고통 받은 만큼의 죗값을 치렀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공무원에게 관대하고 없는 국민들에게는 가혹하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이 일화를 들으며 조선시대에 뇌물을 받은 관리를 팽형으로

엄하게 처벌하듯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더욱 더 엄격해야 국민들과 국익을 보호할 수 있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 사실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고, 깨달은 점도 굉장히 많은데 막상 쓰려니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네요. 어찌 되었든 서양 법제사를 배울 때는 느껴지지 않던 묘한 울컥함과 감동이 수업시간 내내

요동쳤고,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 받았던 것은 교수님의 생활모습이었습니다. 항상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조용히 수십 페이지나 되는 수업 자료를 다시 한 번 검토하시고, 정작 식사는 매번

김밥으로 때우시는 모습이 한 학기 내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 교수님이 가슴 아파서 하루는 교수님 드리려고 녹차를 샀는데, 결국 용기가 없어서 전해드리지 못했어요. 다음 학기에 뵙게 된다면 꼭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교수님, 한 학기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법에 대해서도 많은 애착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또한 무엇보다도 우리 선조들에 대한 제 편견을 깰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제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자랑스럽게 ‘너희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훨씬 앞서 있었어!’라고 자랑하고 싶어졌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연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

랍니다. 교수님,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제자 김다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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